당뇨병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지만, 특히 한국은 발병률과 위험군 비율이 모두 빠르게 높아지고 있는 나라 중 하나입니다. 이미 국민 7명 중 1명이 당뇨병 또는 전단계 상태이며, 진단받지 않은 상태에서 증상을 방치하고 있는 사람까지 포함하면 그 수는 훨씬 많습니다. 이처럼 한국인이 당뇨병에 취약한 이유는 단순히 설탕 섭취 때문이 아닙니다. 이 글에서는 한국인이 당뇨에 더 잘 걸리는 구조적인 배경을 식단, 유
전, 생활습관의 세 축에서 구체적으로 분석하고, 예방법까지 함께 살펴봅니다.
1. 밥 위주의 식문화, 혈당을 반복적으로 자극한다
한국인의 식사는 전통적으로 탄수화물 중심 구조입니다. 흰쌀밥을 기본으로 하며, 국과 반찬을 곁들이는 형태가 기본입니다. 문제는 흰쌀밥이 가진 높은 혈당지수(GI 73~89)와 빠른 소화 속도입니다. 이는 식후 혈당을 빠르게 상승시키고, 이에 대응하기 위해 췌장은 인슐린을 과다 분비하게 됩니다.
인슐린 과분비가 반복되면 점차 인슐린 저항성이 생기고, 결국 제2형 당뇨병으로 발전할 수 있습니다. 또한, 밥과 함께 자주 섭취하는 반찬들 역시 고염·고당 소스가 사용되는 경우가 많아 혈당 반응을 더욱 악화시킵니다.
더 나아가 국과 찌개를 많이 마시는 습관, 빠른 식사 속도, 배달 음식 소비 증가, 밀가루 음식 선호, 야식 문화 등은 모두 혈당 스파이크를 유발하고 당대사 부담을 높이는 식사 패턴입니다.
특히 많은 한국인은 식사 후 디저트로 과일을 섭취합니다. 과일은 건강식으로 여겨지지만, 감, 포도, 바나나, 참외 등은 당분이 높고 혈당을 빠르게 올리는 대표적인 과일입니다. 식사 후 곧바로 섭취하면 인슐린 분비가 다시 자극되며, 췌장 피로를 더욱 가중시킵니다.
2. 유전 체질 자체가 당뇨에 취약하다
한국인을 포함한 동아시아인은 체질적으로도 당뇨에 약한 편입니다. 서양인에 비해 인슐린 분비 능력이 낮고, 동일한 체중에서도 내장지방이 많고 근육량이 적은 마른 비만형 체형이 흔합니다. 즉, 겉보기에는 말라도 실제로는 인슐린 저항성이 높고, 혈당을 조절하는 능력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나 아시아 당뇨 연구회 등의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인은 BMI가 낮아도 당뇨 발병률이 높고, 특히 체중 60kg, 키 165cm인 정상 체형에서도 당뇨병 전 단계가 발생할 수 있습니다. 이는 체질적으로 췌장 기능이 약하기 때문입니다.
또한, 가족력이 매우 중요한 요인입니다. 부모 중 한 명이 당뇨병일 경우 자녀의 발병률은 2~3배, 양쪽 모두 당뇨일 경우 6배 이상으로 상승합니다. 한국은 고령화가 빠르게 진행되면서 50~60대 이상에서 당뇨 진단율이 높아졌고, 그 자녀 세대 역시 고위험군으로 분류됩니다.
3. 현대화된 생활습관, 운동 부족, 수면 문제
불과 30~40년 전만 해도 한국인의 하루 활동량은 상당히 많았습니다. 농사나 수작업, 시장 활동, 도보 이동 등이 중심이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대부분 앉아서 일하는 사무직이며, 학생들도 하루 종일 의자에 앉아 생활합니다. 이러한 좌식 생활은 근육 활동을 감소시키고, 혈당을 조절하는 주요 기관인 근육세포의 당 흡수 능력을 저하시킵니다.
또한 수면 부족, 스트레스, 야근, 음주 문화는 모두 혈당 조절에 악영향을 미칩니다. 스트레스가 증가하면 코르티솔 수치가 올라가면서 간에서 당 생성을 자극하고, 수면 부족은 인슐린 감수성을 떨어뜨려 고혈당 상태를 만들 수 있습니다. 게다가 음주는 술 자체보다도 안주와 다음날 폭식이 더 큰 문제이며, 흡연은 인슐린 저항성을 직접 증가시키는 독립적 위험인자입니다.
이처럼 한국인의 삶은 3~40년 전과 비교해 활동량은 줄고, 칼로리 섭취는 늘었으며, 수면의 질은 낮아졌고, 스트레스는 높아졌습니다. 여기에 유전적인 취약성과 식사 패턴까지 더해지면 현대 한국인의 생활은 당뇨를 유발하는 조건을 모두 갖춘 셈입니다.
결론: 한국인에게는 맞춤형 예방전략이 필요하다
한국인의 식사 습관, 체질, 생활환경은 당뇨병에 매우 취약한 구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많은 이들이 “나는 마른 편이라 괜찮다”거나, “건강검진에선 괜찮았으니까 문제없다”라고 안심합니다. 하지만 당뇨병은 조용히 진행되며, 상당한 손상이 이루어진 후에야 진단되는 경우가 많습니다.
예방을 위해서는 다음과 같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 흰쌀 대신 현미, 보리, 귀리 등 저GI 곡물로 식단 전환
- 야채→단백질→탄수화물 순으로 먹는 식사 순서 조절
- 하루 30분 이상 걷기 또는 저강도 근력운동
- 부모나 형제자매가 당뇨병일 경우, 30대부터 당화혈색소 정기검사
- 식후 졸림, 피로, 자주 배고픔이 느껴진다면 당뇨 전단계 의심
당뇨는 조기에 발견하고 관리하면 충분히 예방하거나 늦출 수 있습니다. 한국인의 특성을 이해하고, 지금부터 실천한다면 당뇨병 없는 중년과 노후를 만들 수 있습니다.